빅테크 기업들이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환경에서 후발 주자가 동일한 방식으로 맞서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범용 클라우드 거인들이 이미 공고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어위브는 이들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대신, AI 학습과 추론에 필수적인 GPU 컴퓨팅 인프라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생성형 AI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이러한 특화 전략은 확실한 강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작은 GPU 운영사에서 대형 AI 기업들이 신뢰하는 클라우드 사업자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을 다각도로 살펴보겠습니다.
코어위브의 시작과 사업 전환
코어위브는 2017년 미국에서 설립된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으로, 현재는 대규모 GPU 컴퓨팅 환경을 제공하는 AI 특화 클라우드 사업자로 분류됩니다. 흥미롭게도 회사의 출발점은 AI가 아닌 암호화폐 채굴이었습니다. 초기에는 암호화폐 채굴을 목적으로 GPU를 대량 가동했으나, 이후 연산 능력을 머신러닝이나 3D 렌더링처럼 그래픽 가속이 필요한 분야로 점차 확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암호화폐 채굴 과정에서 축적한 대규모 GPU 관리 노하우와 실전 운영 경험이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인프라 역량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AI 연산에 집중한 맞춤형 플랫폼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은 데이터베이스, 보안, 웹 서버 등 기업 운영 전반에 필요한 수많은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제공합니다. 반면 코어위브는 복잡한 부가 기능을 최소화하고, 수천 개의 GPU를 하나로 묶어 고성능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환경 구축에 집중했습니다.
생성형 AI 모델을 다루는 기업 입장에서는 단일 서버를 빌리는 것보다, 고속 네트워크로 연결된 수많은 GPU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안정적으로 연산을 처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코어위브는 AI 연산에 필요한 GPU와 네트워크 환경을 집중적으로 구성하면서, 범용 클라우드와는 다른 선택지를 제공했습니다.
최신 엔비디아 GPU를 빠르게 확보한 이유
AI 인프라 경쟁에서는 필요한 시점에 최신 GPU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코어위브는 초기부터 엔비디아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GPU 인프라를 확대해 왔습니다. 차세대 시스템인 엔비디아 베라 루빈(Vera Rubin) NVL72의 초기 검증 작업까지 참여하는 등 최신 장비를 누구보다 빠르게 도입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AI 모델을 개발하려는 기업 입장에서 직접 최신 서버를 구매하고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면 거대한 자금과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코어위브는 이를 클라우드 형태로 즉시 대여해 줌으로써 기업들이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초대형 고객 확보와 시장 확대
인프라를 갖춘 후에는 이를 대규모로 활용할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코어위브의 성장 과정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계약이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2025년 2분기 기준 코어위브 전체 매출의 약 71%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발생했을 만큼 초기 비중이 높았습니다. 이후 오픈AI, 메타 등 대표적인 기술 기업들과 연이어 계약을 체결하며 고객 기반을 확대했습니다.
최근에는 연구 기관을 넘어 일반 산업군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회사가 발표한 2026년 2분기 자료를 보면, 중장비 제조 기업인 캐터필러를 비롯해 그래머리, 데이터브릭스, 런웨이 ML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고객사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는 AI 인프라 수요가 일부 기술 기업에서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대규모 계약이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이어졌다
코어위브는 고객과 장기 컴퓨팅 공급 계약을 맺고,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센터와 서버를 확대하는 사업 구조를 정립했습니다. 장기 계약을 통해 향후 일정 수준의 수요를 확보한 상태에서 데이터센터 신설과 GPU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실제로 2024년 말 151억 달러 수준이었던 잔여계약가치(RPO)는 2025년 말 약 607억 달러로 가중평균 계약 기간 약 5년과 함께 증가했습니다. 2026년 6월 말 기준 회사가 산정한 매출 백로그(Revenue Backlog)는 약 1,040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 지표는 RPO 외에도 일정 조건을 충족할 때 매출로 전환될 수 있는 예상 금액을 포함한 수치입니다. 이처럼 대규모 장기 계약은 코어위브가 데이터센터와 GPU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근거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적으로 나타난 성장세와 재무적 과제
생성형 AI가 확산되면서 GPU뿐 아니라 전력과 데이터센터 수요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GPU 연산 환경을 제공하는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코어위브의 매출도 대폭 증가했습니다. 2023년 약 2억 2,900만 달러였던 매출은 2024년 약 19억 달러, 2025년에는 전년 대비 약 168% 증가한 약 51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026년 상반기 매출 역시 약 46억 5,300만 달러에 이르렀으며, 2026년 2분기 단일 매출만 약 25억 7,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2억 1,200만 달러) 대비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가파른 매출 성장 뒤에는 적지 않은 재무적 부담도 존재합니다. AI 클라우드는 GPU 구매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구축과 전력 수급에 지속적인 자금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자본집약적 사업입니다. 코어위브는 2026년 2분기에 약 25억 7,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약 6억 2,600만 달러의 순손실과 약 6억 4,000만 달러의 순이자비용을 기록했습니다. 2026년 자본지출(CapEx) 전망치 역시 350억 달러에서 390억 달러 수준으로 높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대규모 투자가 향후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지속 가능한 성장의 관건입니다.
코어위브의 경쟁력은 GPU만이 아니다
코어위브의 본질적인 경쟁력은 단순한 ‘GPU 대여’에 그치지 않습니다. GPU 장비 자체는 자금력이 있다면 다른 기업도 구매할 수 있는 자산입니다. 진짜 핵심은 수만 개의 GPU를 데이터센터, 고속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스택과 차질 없이 결합하여 고성능 연산 환경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능력에 있습니다.
2026년 2분기 기준 코어위브가 확보한 가동 전력 규모는 약 1.5GW이며, 계약을 완료한 전력 규모는 약 3.7GW에 이릅니다. 전력 확보부터 데이터센터 구축, 네트워크 최적화까지 종합적인 인프라 운영 능력이 통합될 때 비로소 특화 클라우드로서의 가치가 완성됩니다.
앞으로 코어위브의 행보를 관전할 때는 AI 컴퓨팅 수요의 지속적인 성장 여부, 특정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고객 다변화 성과, 그리고 막대한 투자 비용 대비 수익성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어위브의 성장은 AI 인프라 변화의 결과
코어위브가 빠르게 성장한 이유를 단순히 GPU를 많이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암호화폐 채굴 과정에서 쌓은 GPU 운영 경험을 AI 인프라로 전환했고, 범용 클라우드와 정면 경쟁하기보다 AI 학습과 추론이라는 특정 시장에 집중했습니다.
여기에 엔비디아와의 협력, 대형 고객과의 장기 계약, 데이터센터와 전력 확보가 맞물리면서 성장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매출 증가 자체보다 막대한 설비투자와 이자비용을 감당하면서 수익성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코어위브의 사례는 AI 경쟁이 모델이나 반도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AI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GPU, 데이터센터, 전력, 네트워크를 누가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 역시 AI 산업의 중요한 경쟁 영역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