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

최근 AI 산업의 경쟁 무대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뛰어난 모델 성능을 개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구동할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성능이 뛰어난 AI를 개발하더라도 연산에 필요한 GPU와 전력, 초고속 네트워크가 부족하면 실제 사업으로 확장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산업 변화 속에서 과거 기업용 데이터베이스 회사로 유명했던 오라클이 AI 데이터센터 시장의 핵심 사업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주도해 온 클라우드 시장에서 오라클이 어떻게 입지를 확대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오라클의 체질 개선과 OCI 중심의 변화

오라클은 기업용 데이터베이스와 업무용 소프트웨어로 성장해 온 회사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빠르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OCI는 기업이 서버, 저장장치,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구축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이용하는 클라우드 인프라입니다. 오라클은 이 OCI 환경에 고성능 GPU 시스템을 연결하며, 단순한 소프트웨어 공급자를 넘어 AI 연산 인프라 제공자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인터넷 서비스용 시설과 요구 조건이 다릅니다. 수만 개 이상의 GPU가 동시 작업을 수행해야 하므로 개별 장비 성능만큼이나 GPU 사이를 이어주는 통신 속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 냉각 설비가 중요합니다. 오라클은 이 네트워크 연결성과 인프라 운영 효율성에 투자를 집중해 왔습니다.

인프라 수요의 실적 반영과 RPO 성장

오라클이 시장에서 주목받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AI 인프라 수요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어서입니다.

오라클의 2026회계연도 4분기 발표에 따르면,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은 57억 8,7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93% 늘었습니다. 2026회계연도 전체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 역시 181억 달러로 전년보다 77% 증가했습니다.

미래 매출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주잔고(RPO, 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 지표도 큰 폭으로 성장했습니다. 2026회계연도 말 기준 오라클의 RPO는 6,380억 달러로 전년 대비 363% 증가했습니다.

RPO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계약 금액을 뜻합니다. 수주잔고 전체가 짧은 기간 안에 매출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공급해야 할 서비스 규모와 계약 기반을 가늠하는 참고 지표가 됩니다.

대형 AI 기업과의 협력과 오픈AI 스타게이트 참여

오라클의 사업 확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객은 오픈AI입니다. 오라클은 오픈AI의 대형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 및 미시간주 등 여러 지역에서 연산용 데이터센터 구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협력은 단순한 공간 임대 방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오라클이 데이터센터를 직접 운영하면서 최신 GPU와 고속 네트워크 기술을 결합해 AI 연산 환경을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AI 모델 개발사는 대용량 연산 작업을 지속해야 하므로 한번 인프라를 구축하면 장기적으로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존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보다 시장 점유율이 작았던 오라클이 초대형 AI 고객을 확보하면서 성장 속도를 높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GPU 연결 기술과 Zettascale10 구조

AI 학습 효율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네트워크 연결 구조입니다.

오라클은 Zettascale10을 통해 최대 80만 개의 엔비디아 GPU 플랫폼을 연결할 수 있는 구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는 현재 모두 구축 완료된 규모가 아니라 향후 공급을 목표로 하는 계획 단계의 사양입니다.

이 시스템에는 오라클의 ‘Acceleron RoCE’ 네트워크 아키텍처가 적용됩니다. 데이터 전달 경로를 여러 개로 분리하여 특정 구간에 트래픽이 몰리거나 장애가 생겨도 다른 경로로 작업을 이어가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러한 설계는 네트워크 장애로 학습이 중단되거나 최근 체크포인트부터 작업을 재개해야 하는 위험을 줄여줍니다. 긴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AI 모델 학습 과정에서 안정적인 데이터 흐름을 제공하는 것은 기업 고객을 확보하는 중요한 조건이 됩니다.

기업 데이터베이스와 클라우드 인프라의 연계

오라클이 가진 차별화된 강점은 기존에 보유한 기업용 데이터베이스 기반입니다.

기업이 AI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연산 자원뿐만 아니라 고객 정보, 거래 기록, 재고 관리 등 내부 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결해야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와 AI 연산 환경을 통합 관리하면 데이터 이동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오라클은 자사 클라우드 외에도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에서 오라클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할 수 있는 멀티클라우드 전략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오라클 발표에 따르면 ‘Oracle Multicloud AI Database’ 매출은 2026회계연도 4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404% 증가했습니다. 다만 절대 매출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성장률만으로 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기존 데이터베이스 고객을 클라우드와 AI 인프라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선제적 투자에 따른 재무적 부담과 과제

AI 데이터센터 사업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에 따른 재무적 부담과 변수도 존재합니다.

GPU 매입과 토지, 건물, 전력 설비, 냉각 장치를 확보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먼저 입력되어야 합니다. 오라클은 2026회계연도에 인프라 설비 투자를 늘리면서 잉여현금흐름(FCF) 기준 237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채 430억 달러와 자기자본 50억 달러를 조달했으며, 2027회계연도에도 약 4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자금 조달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오라클은 대형 계약 일부에서 고객이 GPU 구매 비용을 선급금으로 지급하거나 직접 장비를 공급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오라클은 이러한 선급금 및 고객 제공 장비 규모가 약 750억 달러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투자의 위험을 낮추는 장치이지만 다음과 같은 변수는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전력 수급 문제 및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 가능성
  • 냉각 비용 증가와 글로벌 GPU 수급 상황
  • 일부 대형 AI 계약에 대한 수주잔고 집중 가능성
  • 수주잔고의 실제 서비스 가동 및 매출 전환 속도
  • 차입금 및 주식 발행에 따른 재무 구조 부담

수주잔고 금액이 크다고 해서 그대로 수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데이터센터가 완공되고 실제 서비스로 가동되어야 매출로 인식되며, 운영 과정에서 금융 비용과 관리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라클의 인프라 경쟁력과 향후 관전 포인트

오라클이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GPU 연결성을 높이는 네트워크 기술과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주요 AI 기업들과 계약을 맺었고, 이 수요가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 증가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기존 기업용 데이터베이스 시장에서 쌓아온 기반이 더해져 고유한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는 매출이 발생하기 전 대규모 시설 투자가 먼저 이루어지는 단계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수주잔고의 크기만 볼 것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실제 가동 시점,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의 지속 성장 여부, 그리고 잉여현금흐름과 부채 관리 상태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